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원제 Le Grand Cahier (1986) | 1993년 07월
by 아고타 크리스토프 Agota Kristof 저/용경식 역 까치(까치글방)
정말, 오랜만에, 엄청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재밌고, 유명한 책을 왜 나는 지금 알게 되었을까?
아니, 그렇게 소설 좋아하는 인간들이 주변에 수두룩둑둑인데
왜 아무도 추천해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다.
세권 중에서 첫번째인 "비밀노트" 읽기를 끝마치고,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그리고 그것을 혼자만 느끼는 것은 힘든 일이였다.
당장 누군가, 아무와라도 이 책을 나와 똑같은 기분으로 읽은 이들을
무작정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래서 인터넷이 되나보다 -.-;;) 다른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들은
한 듯하다. 심지어 어떤 독자는 일부러 천천히 아껴서 읽었다고 했는데,
그 말에 일부 공감한다. 나 역시 3권을 다 읽은 "후"의 시간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비밀노트( The Notebook), 타인의 증거(The Proof), 50년의 고독(The Third Lie)
이렇게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후에 스위스로 망명을 가서
그때 부터 불어를 배워 그녀에게 새로운 언어인 "불어"로 소설을 써서 그런지 문장들이 간단하고 명료하다.
감상적인 문장들보다는 사실적인 문장들이 많고,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는 묘미가 재미있는 글들이라
영문으로 된 책으로 읽어도 쉬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소설을 간결한 문체로 아주 쉬운 문장으로 표현하였음에도 인간본성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말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놀라웠다....(아고타 당신 누구세요?;;;)
1권 비밀노트를 시작했다면 별수없이 50년의 고독까지 가게 되어 있다. 서서히 실망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3권까지 휘몰아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힘은 1권의 마지막 부분을 읽게 되는 순간이다.
소름끼치는 이 재기발랄함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무슨 내용이길래....? 라고 물을 수 있으나, 이런 내용이라고 대답하기 난감하기도 한 소설이라.
아래, 몇꼭지 적어본다. 대략 느끼라.
우리의 공부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중략)....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막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석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일 수가 없다.
첫번째 문장은 입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한다.
구두장수
너희들이 그렇게 필요하다니, 이 장화들을 그냥 주마.
우리가 말했다.
- 우리는 선물받는 것을 싫어해요.
- 그건 또 왜?
-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기 싫어하거든요.